숲에서 마주한 빛을 주제로한 홍일화 작가의 신작이 전시된다.
전시 제목인 가 시 빛은 숲의 나무가 지닌 가시와
볼 수 있는 상태를 뜻하는 가시를 언어유희로 함축한다.
작가 는 나뭇가지 틈으로 내리쬐는 빛의 모양을
가시처럼 가늘고 날카로운 붓질로 묘사하여 눈부심을 표현한다.
사물의 틈새로 내리쬐는 빛은 사진이나 그래픽 용어로 God ray라고도 한다.
웅장함이나 숭고미가 필요한 건축에서도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구조를 설계하여 자연광을 조절하기도 한다.
보통의 God ray는 빛이 공기를 가르며 공간을 밝히는 모양을 강조하기 위해
측면에서 관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홍일화 작가는 빛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듯한 구도와 시점으로 빛이 조성하 는 분위기에 앞서
광원을 똑바로 쳐다보기 힘든 눈부신 상태를 시각적으로 재현한다.
가시빛
갤러리엠나인 큐레이터 김치현
숲은 크기를 막론하고 녹음이 드리운 그림자 아래 원초적인 혼돈을 가리고 있다. 저마다의 생명이 자아내는 복잡한 형상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동시에 인간의 눈으로 형상을 가려내기 힘든 모습을 지니고 있다. 하찮게 바스러지는 마른 가지로 시작하는 푸른 매혹은 지나치는 발걸음을 끈적하게 당기며 토양을 스쳐간 그 어떤 짧은 생애보다 확고한 질서를 지닌 품으로 이끈다.
홍일화는 경이로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시선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세월을 헤아리기 힘든 무수한 가지와 얽는다. 소매 깃을 할퀴는 가지와 씨앗의 뿔을 거스르면 땀과 풀내음으로 휘감긴 육신이 인간에게 부드럽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를 벗어나 쓰라리고 따가운 잎사귀의 틈에 서있음을 알 수 있다. 미약한 바람조차 가지를 흔들며 소란스러운 소식으로 메아리를 만들지만 존재들의 호흡이 뿜어내는 소음이 가득한 숲은 방문객에게 무섭도록 적막하다.
고요함에서 비로소 작가는 조형을 언어로 삼는 예술가에게 당연하고도 강렬하게 부여된 빛을 바라본다. 일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인간에게 빛은 머리를 채우는 모든 기억과 경험을 결정하는 매개이지만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게 하는 불청객이기도 하다. 가시의 틈으로 따가운 빛을 바라보는 작가와 하늘 사이를 울창한 나뭇가지가 여과한다. 나뭇가지의 형태가 지닌 불규칙한 변주로 인해 빛은 산란한다. 작가는 살갗을 쪼개는 그림자와 그 틈을 따사롭게 채우는 빛을 시각은 물론이고 촉각으로도 느낀다. 작품을 가득 채운 짤막한 붓질이 남긴 얕은 두께의 마티에르는 관객의 시선을 형상과 함께 화면에 굴곡진 표면을 느끼며 따라가게 한다.
홍일화는 모두에게 허락되었지만 환영하지도 않는 무정한 숲에서 자신을 둘러싼 빛으로 채워진 세계를 기록한다. 속도감 있는 붓질은 식물의 생명력이 그러하듯 화면에 드리운 빛을 따라 가시 돋친 듯 솟아 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가지 사이의 색은 문틈으로 엿보는 흐릿한 광경처럼 일렁이며 작가가 화면에 옮긴 공간이 장소인 동시에 생명이라는 사실을 되새기게 한다.
❖ 전시명 : 홍일화 개인전 <Épine de Lumière> ‘가시빛’
❖ 일 시: 2023년 9월 1일 (금) ~ 2023년 9월 30일 (토)
❖ 오프닝: 2023년 9월 2일 (토) 오후 4시
❖ 운영시간: 화요일-금요일 10시-6시 토-일 11시-5시/월요일, 공휴일 휴관
❖ 참여 작가: 홍일화
❖ 장 소: Gallery M9 (갤러리 엠나인)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25길 23번지 르시엘 빌딩
❖ 전시 부문: 회화, 평면조형
Gallery M9 (갤러리 엠나인)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25길 23번지 르시엘 빌딩
전시 부문: 회화, 평면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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