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les, France, 2013.jpg

Chun Ah La
터: Souvenir


2022.03.02- 2022.03.22 

터의 이동은 새로운 삶의 시작을 의미한다. 낯선 사람과 생소한 문화, 특별한 장소 안에서 새로운 정서와 지혜, 삶의 규칙들을 배운다. 그 규칙들에 적응하기까지 처음은 늘 불안정하고 혼란스럽다. 그러나 불안정함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혼란은 나의 감각을 더 날카롭고 예민하게 만든다. 파노라마 사진처럼 찍어낸 거대한 풍경부터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표정까지 어제 일처럼 선명하고 생생히 기억나게 한다. 나와 이질적 풍경은 팽팽한 긴장 속에서 함께 공존한다. 그 긴장감을 시간이 익숙함으로 물들이면 비로소 그 장소는 나의 터가 된다.

-천아라 작가노트 中 -

갤러리 엠나인은 오는 3월 2일부터 3월 23일까지 신진 작가 천아라의 개인전 <터: Souvenir> 을 개최한다. 2021년 갤러리 엠나인 제1회 신진작가 공모전 <Jeune Artiste 2021>에 선발된 천아라 작가는 자신이 벨기에 유학 시절 경험한 새로운 거주지로의 이동과 그 곳에서 볼 수 있는 이질적인 정서에 집중한다.

 

천아라 작가가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터의 이동’은 낯선 공간과 사람 그리고 생소한 문화에 적응하기까지의 불안정과 혼돈을 의미한다. 그러나 천아라 작가의 ‘터의 이동’은 단순한 불안정과 혼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불안정함에서 오는 혼란, 자신의 오감을 더욱 날카롭고 예민하게 만드는 생생함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작업이 원형 캔버스 형태인 천아라 작가는 스스로의 작업을 둥근 달에 비유한다. 태양 빛으로 달궈진 대지가 그 빛을 서서히 감추고, 어둠이 내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이 찾아오면 천아라 작가는 고요한 밤 속에서 유일하게 빛을 내는 둥근 달을 응시한다. 달이 보내는 빛은 천아라 작가에게 그간 경험한 추억을 회상하는 길목이 되고, 이렇게 천아라 작가의 과거는 캔버스 위에 그려진 현재로 그리고 관람객에게 전달될 미래가 된다.

 

<The Beach of Wenduine, Belgium 2018>을 비롯한 <The Maupas Beach, Cannes 2013>과 같은 천아라 작가의 대표작은 자신이 거주했던 벨기에와 프랑스에서의 추억을 캔버스에 담아낸 것이다. 물을 만나 깊은 빛을 더하는 동양화 물감과 두꺼운 마티에르가 느껴지는 아크릴 그리고 물에 녹지 않는 고체 안료는 마치 캔버스에서 마치 수많은 물줄기가 하나의 줄기로 모이듯 합쳐진다. 드로잉의 개입을 최소화한 천아라 작가의 작업은 마치 자신이 생각해낸 미지의 유토피아를 보여주려는 듯하다.

 

이번 개인전을 통해 천아라 작가의 작업은 갤러리 엠나인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또다른 터를 형성하고, 기존 경계를 무너뜨리는 천아라 작가만의 새로운 영토를 형성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천아라 작가의 작업은 2022년 신작을 비롯하여 약 20점이며, 오는 3월부터 롯데그룹과의 협업으로 진행되는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통해 관람객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예정이다.